동네풍경_#2. 가게 : 글

2016. 9. 4. 11:052016 동네풍경배달/가게

수진동 여행기②

[美 그리고... SENSE_미용실]


어느 동네에나 중심 거리가 있습니다. 요즘말로는 메인 스트리트. 차가 많이 다니는 큰 도로거나, 혹은 가장 높은 건물이 있는 거리일 수도 있지요. 아마도 수진동에는 모란마트를 끼고 양쪽 골목으로 뻗어나가는 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남대로변에 있는 라온 밀란체에서 출발하여 수정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인데요, 우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데다, 빵집이며 세탁소며 모두 이 거리에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이 거리에는 유난히 많은 미용실 간판들이 보입니다. 블럭마다 대략 2~3개의 미용실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렇게 이 거리에만 총 7개의 미용실이 있습니다. ‘이쁜머리’, ’김윤정 헤어라인’, ’헤어오디션’, ‘카네미용실’, ’박지영 미용실’, ‘헤어 칼라’, ‘헤어아트'. 비슷비슷한 이름의 미용실 간판들을 보다보니,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것은 역시 이 것입니다. 이 거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용실은 어디일까?


* 이쁜머리

이 곳은 가장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를 자랑합니다. 성남 도로에서 가장 가깝고요. 아쉽게도 제가 찾아가 뵈려고 마음먹은 날이 휴무여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어요.


* 김윤정 헤어라인

수정교회 밑에 위치한 김윤정 헤어라인. 간판이 제일 화려하고, 제가 갈 때마다 항상 두 세 분의 어머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사랑방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헤어 오디션

유리창에 부착된 시트지가 매우 예쁘게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매주 화요일 휴무’라는 안내와 함께, ‘본 업소는 위생준수 모범 회원 업소입니다.’라는 인증마크가 보입니다. 아! 그리고 헤어오디션에선 완도 미역(6,000)과 김(10,000), 멸치액젓(12,000)을 판매하고 있어요.


* 카네 미용실

아마도 제일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닐까 싶은 카네 미용실. 전화번호 뒷자리가 1253인데, 간판에 ‘이리 오삼’이라고 함께 적혀있습니다. 하하. 입간판도 벽간판도 모두 빨간색이라, 굉장히 화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박지영 미용실

수진동의 젊은 어머님들이 강력추천 하셨던 박지영 미용실. 드라이 솜씨가 좋으시대요! 미용실 안에서 사장님이 건빵색의 푸들을 키우고 계십니다. 엄청 귀엽지만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 헤어칼라

간판에 커다란 가위가 그려진 헤어칼라. 가게 앞이 깨끗하고 깔끔합니다. 화초들의 키 마저도 나란히 맞추신 것 같은 느낌! 왠지 머리도 정갈하게 매만져주실 것 같아서, 충동적으로 머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헤어아트

수진동 소호 거리의 끝, 헤어아트. 특이하게 미용실사인볼이 양쪽으로 두 개 달려있어요. 이 곳도 항상 서너분의 어머님들이 모여서 파마를 하시거나 이야기를 나누시거나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가족으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가끔 나와 앉아있습니다.



열심히 고민하며 밖에서 기웃대다 세탁소 앞 골목과 놀이터에서 아주머니 몇 분께 여쭈어보았지만, 전부 다른 곳을 말씀하셔서, 결국 어느 곳이 이 거리에서 제일 머리를 잘하는 가게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대신 재밌는 사실 하나를 우연찮게 발견했는데요, ‘김윤정 헤어라인’과 ‘헤어아트’에서,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美 그리고 ... SENSE”

한자, 한글, 영문. 3개의 언어로 이루어진 이 캐치프레이즈는, 심지어 활자체와 크기마저도 꼭 같았습니다. ‘美’자의 음영색만 주황과 검정으로 달랐어요. 처음에는 두 미용실이 체인점인 줄 알았는데, 미용실 이름이 다른걸 보니, 아마도 체인점은 아니고 같은 인테리어 가게에서 캐치프레이즈 추천을 받으신 듯합니다. ‘美’는 아마도 ‘아름답다’라는 의미 그대로 일 것 같고, ‘SENSE’는 ‘감각적이다, 세련되다’와 같은 의미로 적힌 것이 아닐까요. 굳이 국어로 표현해본다면 뭐, ‘아름답게 세련되게’정도 될런지요. 언젠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비슷한 말들을 본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파마를 하고 계신 어머님들을 보면서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중학생 때 까지만 해도 항상 어머니와 함께 머리를 자르러 갔었거든요. 첫 염색도, 첫 파마도 어머니와 손잡고 어머니 단골 미용실에서 했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머니의 취향대로였지만요. 그런 옛 생각이 많이 나면서, ‘엄마랑 같이 파마하러 가야지.’하는 생각도 하고, 문득 어렸을 때 소원이 빨간색으로 염색하는 것이었던 것도 기억해냈습니다. 아마도 ’빨강머리 앤’만화영화에 나온 주인공의 머리카락이 예뻐보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미용실은 아마도, ‘내가 바라는 나’에 가까워지고자 가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나란히 파마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노곤노곤 졸고 있는 그런 제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 아마도 그 모습이, 지금 제가 바라는 제 모습인가 봅니다.

혹시 ‘내가 바라는 나’를 찾아, 모란마트 앞 거리를 찾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데 미용실이 너무 많아 어디를 가야할지 결정하기 어려우시다면, 이 팁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세탁소 앞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 넌지시 귀뜸해주신 말씀인데요, ‘건조대에 수건 많이 널은 집이 장사가 잘 되는 집이야.’라고 합니다. 참고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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