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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동네풍경배달/골목

동네 풍경 _ #3.골목 : 시



소리채집가의 일일




조그만 평상이 있는 골목이었다 

나는 동네슈퍼라는 간판을 내건 상점 앞에 앉아 

남몰래 주파수를 맞춘다


가청범위를 넘어선 소리,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어야 하는

나는 그런 소리를 찾으러 왔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왔다 


수영튜브를 든 아이들이 엄마 엄마아아 부르며 뛰어간다 

머리카락 끝에 송골송골 물방울을 매달고

발소리만 듣고도 서둘러 걸어 나오는 환대가 있어

제법 깊은 여름이구나, 깨닫는다


"의성마늘이 왔어요 알 굵은 마늘이 왔어요"가 지나간다

2층에서 삐이익 창문을 연다 

화답하듯 누군가 손수레를 끌며 지나가고 

부릉거리며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그저 이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사실, 

골목 끝에선 작고 어린 내가 손을 흔든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 혼잣말하는

얼굴의 절반은 그늘에 잠겨 있지만


빛과 어둠이 엎치락뒤치락 골목을 채색한다

빛 다음에 어둠이, 어둠 다음에 다시 어둠이 오더라도 

방법은 없다


그저 이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압력밥솥이 딸깍거리고 목줄에 묶인 개가 컹컹 짖는 것

심장을 찌르는 것은 사실

이런 아무 것도 아닌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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