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풍경 _ #3.골목 : 글
수진동 여행기➂ [한여름 오후 2시, 수진동 골목의 기록] '골목'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제게는 언제나, 캄캄한 밤의 가로등입니다. 회사에 다니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시절, 골목 어귀의 노란 가로등에다 대고 ‘나는 왜 이렇게 사나’하고 한탄하던 슬픈 기억입니다. 헌데 수진동을 걸을 때마다, 문득 문득 생경한 낮의 골목과 마주치곤 합니다. 바쁜 아침과 치열한 낮이 물러간 후의 잠깐 내쉬는 한숨 같은 골목이 아니라, 할머니들이 나와 앉아 부채질을 하는, 책가방 멘 아이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나누어 먹는, 모두의 앞마당같은 그런 골목입니다. 그 때마다, 어쩐지 신기하면서도 왠지 모를 그리움같은, 그런 마음이 드는 까닭은 아마도 그런 풍경들이 제 기억 저편, 어린 시절의 어느 기억과 닮아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