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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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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풍경 _ #4.사람 : 시 할머니의 트랙 오후 4시, 할머니는 좁은 문을 나선다 지팡이로 박자를 맞추며 너른 운동장으로 가는 길 할머니의 걸음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동네 개들이다 쫄래쫄래 할머니를 따라오며 "네가 키우는 사람은 밥을 잘 먹니?" "내가 키우는 사람은 툭하면 고개를 떨어뜨리더라" 속삭일 것 같은 가파른 골목뿐인 삶에 선물처럼 놓여 있는 운동장, 첫 발을 내딛는 할머니의 몸은 반으로 접혀 있다 지나온 시간을 향해 깊은 인사를 하는 것 같다 할머니의 트랙은 반시계 방향, 할머니는 천천히 거슬러 오른다 "나야 그냥 살았지. 가락시장에서 안 해본 일이 없어......" 먼 시간, 더 먼 시간,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끝까지 걸어가면서 흩어지는 할머니, 점처럼 작아진 할머니가 지팡이에 매달려 있다 그러다가도 환했던 기억,..
동네풍경 _ #4.사람 : 스케치 동네풍경배달스케치 일요일의 수진동
동네풍경 _ #3.골목 : 스케치 동네풍경배달스케치 수진동 골목 성남대로 1210번길
동네풍경 _ #3.골목 : 사진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2016. 수진동
동네풍경 _ #3.골목 : 글 수진동 여행기➂ [한여름 오후 2시, 수진동 골목의 기록] '골목'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제게는 언제나, 캄캄한 밤의 가로등입니다. 회사에 다니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시절, 골목 어귀의 노란 가로등에다 대고 ‘나는 왜 이렇게 사나’하고 한탄하던 슬픈 기억입니다. 헌데 수진동을 걸을 때마다, 문득 문득 생경한 낮의 골목과 마주치곤 합니다. 바쁜 아침과 치열한 낮이 물러간 후의 잠깐 내쉬는 한숨 같은 골목이 아니라, 할머니들이 나와 앉아 부채질을 하는, 책가방 멘 아이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나누어 먹는, 모두의 앞마당같은 그런 골목입니다. 그 때마다, 어쩐지 신기하면서도 왠지 모를 그리움같은, 그런 마음이 드는 까닭은 아마도 그런 풍경들이 제 기억 저편, 어린 시절의 어느 기억과 닮아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여,..
동네 풍경 _ #3.골목 : 시 소리채집가의 일일 조그만 평상이 있는 골목이었다 나는 동네슈퍼라는 간판을 내건 상점 앞에 앉아 남몰래 주파수를 맞춘다 가청범위를 넘어선 소리,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어야 하는 나는 그런 소리를 찾으러 왔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왔다 수영튜브를 든 아이들이 엄마 엄마아아 부르며 뛰어간다 머리카락 끝에 송골송골 물방울을 매달고 발소리만 듣고도 서둘러 걸어 나오는 환대가 있어 제법 깊은 여름이구나, 깨닫는다 "의성마늘이 왔어요 알 굵은 마늘이 왔어요"가 지나간다 2층에서 삐이익 창문을 연다 화답하듯 누군가 손수레를 끌며 지나가고 부릉거리며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그저 이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사실, 골목 끝에선 작고 어린 내가 손을 흔든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 혼잣말하는 얼굴의 절반은 그늘에..
동네풍경배달 에필로그 Neighborhood landscapes: projectpani 2016 from Roseline PYO on Vimeo. 프로젝트파니 두번째 동네풍경 독립출판물 '동네풍경배달' '동네풍경배달'은 5개월간 지역 내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이 모여 서로 다른 장르 로 지역 문화의 숨결을 아카이빙 합니다. 기록된 작업물은 마치 ‘음식 배달 책자’처럼 누구나 불현듯 받아 볼 수 있는 가벼운 형태의 독립출판물로 제작하여 지역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작업장소 일대에 배포하게 됩니다. _ 참여 작가_ 표정 _ 사진 + 소리 강혜란 _ 드로잉박진아 _ 텍스트안희연 _ 시
동네풍경_#2. 가게 : 글 수진동 여행기②[美 그리고... SENSE_미용실] 어느 동네에나 중심 거리가 있습니다. 요즘말로는 메인 스트리트. 차가 많이 다니는 큰 도로거나, 혹은 가장 높은 건물이 있는 거리일 수도 있지요. 아마도 수진동에는 모란마트를 끼고 양쪽 골목으로 뻗어나가는 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남대로변에 있는 라온 밀란체에서 출발하여 수정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인데요, 우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데다, 빵집이며 세탁소며 모두 이 거리에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이 거리에는 유난히 많은 미용실 간판들이 보입니다. 블럭마다 대략 2~3개의 미용실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렇게 이 거리에만 총 7개의 미용실이 있습니다. ‘이쁜머리’, ’김윤정 헤어라인’, ’헤어오디션’, ‘카네미용실’, ’박지영 미용실’, ‘헤어 칼라’..